(스크랩) 백두대간

[스크랩] 한북정맥 : 2 부

트둥 너굴 2009. 10. 1. 15:41

 

 

              제 4 구간 노채고개(370m) - 큰 넓고개( ) 24.3km

 

노채 고개에서 서쪽으로 종주길이 열린다. 원통산의 정수리를 바라보며 절개지 배수로를 타고 주능선에 올라서면 일동 레이크 골프장이 내려다보인다. 수 십 만평의 산과 계곡을 갈고 다듬어 그린을 만들고, 시원하게 펼쳐지는 녹색의 광장을 누비는 골퍼들의 모습이 그림같이 아름답다. 540봉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잡아 안부로 내려섰다 올라서면 원통산(567m) 정수리다. 가평군 하면 포천시 일동면과 화현면의 3개면 경계지점인 정상에는 번호 없는 삼각점과 나무둥치에 매달린 정상표지판이 우리를 반겨준다.

 

정상을 뒤로하고 잰걸음으로 솔밭을 달려가노라면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운악산. 바라만 봐도 가슴이 요동치는 경기오악, 짜릿하게 전율되는 기암절벽(奇巖絶壁)에 주눅이 드는데 큰 인심이라도 쓰려는 듯 키 작은 잡목사이로 완만하게 길을 티 워 준다. 한바탕 된 비알을 내려서면 舊 노채 고개에 도착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가평과 포천사람들이 이 고개를 넘나들며 서로 안부를 전하고 물물교환을 하던 정겨운 곳이다. 하지만 일동고개로 도로가 생긴 뒤로는 오가는 인적도 없이 다래 넝쿨에 흔적조차 없어지고 말았으니 세상의 무상함을 탓하여 무엇 하리.

 

노채 고개 산마루에 솔향기 그윽하고 유순한 능선 길에 날렵한 춤사위로 680봉에 올라서면 암릉 길이 시작되고 좌로 우로 피해가는 암릉에 긴장감이 감돈다.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암릉 구간을 돌아 860봉에 올라서면 경기5악(운악산, 송악산, 관악산, 감악산, 화악산)에서도 으뜸인 기암절벽에 산수화가 그림 같고 한북정맥 제일의 절경에 감탄사가 절로 난다.

 

혼령비와 입석대, 남근석을 뒤로하고 궁예성터를 지나면 서봉(935.5m)의 정수리에 오른다. 천년고찰 현등사(신라 법흥왕때 창건)가 있어 현등산 이라고도 부르는 운악산은 삼각점(일동11 1983년)이 있는 서봉과 동봉(937m)으로 나뉜다. 정수리에서 바라보는 조망 또한 일품으로 백운산(904m), 국망봉(1,168m), 강씨봉(830m), 청계산(849m)으로 이어지는 지나온 길 따라 청아한 하늘아래 달려가는 한북정맥 수원산(705m)이 정겹기만 하다.

 

현등사로 내려가는 삼거리를 지나 835봉에 올라서면 운악산을 갉아먹는 채석장이 흉물스럽게 내려다보이고 대원사로 내려서는 철암재를 지나면 가평군 하면. 상면, 포천시 화현면의 경계지점인 730봉에 오른다. 이곳에서 남쪽으로 아기봉(772m)이 갈리지만 정맥은 서북쪽으로 선회하여 639봉에 이르고 운악산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 좋은 조망 터다. 서쪽으로 가파른 비알 길을 내려서면 47번 국도가 지나고 지하차도를 통과하며 운악산과 이별을 하고 443봉을 향한다.

 

130m의 고도를 극복하는 힘든 고행 끝에 443봉에 올라 북쪽으로 직진을 하면 아치산(494m)으로 연결된다. 47번 국도와 어깨를 나란히 남진하는 정맥은 서쪽으로 명덕온천이 내려다보이고, 가평군 상면, 포천시 화현면. 내촌면 경계인 390봉을 지나 명덕 삼거리에 이른다. 포천에서 서파를 지나 현리로 가는 56번 국도를 가로질러 숲속을 헤치며 수원산에 오르려면 390 여m의 고도를 극복해야 한다.

 

명덕 삼거리에서 서파 검문소로 내려가는 줄기가 천마지맥의 분기점이다. 47번 국도를 넘어 주금산(812.7m), 철마산(709m), 천마산(810 m), 백봉(587m), 고래산(528m), 갑산(547m), 예봉산(683m)을 거쳐 팔당호에서 50여 km의 여정을 마친다. 또 한 천마지맥의 주금산에서 분기한 축령 지맥은 조종천의 서쪽 벽을 이루며 서리산(825m), 축령산(879m)을 거쳐 오독산(624m), 은두봉(678m), 깃대봉(623m) 직전에서 청평대교로 내려서는 20여 km에 이른다.

 

좌측으로 축사를 지나 묘지 우측을 통과하여 건물이 보이는 지점을 지나며 맥 빠지는 비알 길을 한동안 올라서면 굴 고개에서 이어지는 임도와 만나고 잠시 후에 수원산(710m) 삼거리에 도착한다. 수원산의 정상은 민간인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기에 멀리서 바라보는 것으로 대신하고 기수를 남쪽으로 돌린다. 포천시 내촌면. 화현면. 군내면의 경계를 이루는 수원산을 뒤로하고 널널하게 이어지는 정맥 길은 헬기장을 지난 뒤 군내면과 가산면, 내촌면이 경계를 이루는 3개 면봉에 오른다. 585봉을 지나 두 번째 헬기장에 이르면 좌측으로 울창한 잣나무 조림지가 나온다.

 

송전탑이 있는 641봉에 올라서면 좌측으로 골프장이 보이고 국사봉 너머로 도봉산과 수락산의 모습도 선명하다. 지루하던 종주 길도 삼각점이 반겨주는 국사봉(547m)에 올라서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남쪽으로 내려오던 정맥이 서쪽으로 선회하여 가파른 비알 길을 조심스럽게 내려가면 기계의 굉음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온다. 십자로 안부를 지나 펑퍼짐한 봉우리에 올라서면, 좌측으로 수직 절벽을 이룬 채석장이 내려다보이고 시끄러운 굉음소리도 이곳에서 들리는 것이다.

 

울창한 소나무 밭이 속절없이 파괴되는 현장을 뒤로하고 간벌지역에서 좌측으로 빙 돌아 묘지 앞에 이르면 육사생도 6・25 참전 기념비가 세워진 큰 넉 고개에 도착하며 4구간의 종주도 마감을 한다. 육사생도 6.25참전 기념비 : 1950, 6, 25 미명에 북괴 공산군이 불법 남침하자 수학 중이던 육사생도 1기(현 육사10기)312명과 생도2기 330명은 육사기간장교 및 교관들과 함께 출전하여 초전에 혁혁한 전공을 세우고 이를 기리기 위해 최초의 전적지인 이 자리에 기념비를 세운다. 1979.12.1 당시 사관생도 참전자 일동. (경기도 포천 가산면 우금리 산 89-1)

 

           

              제 5 구간 큰 넉고개 - 샘내 고개(145m) / 24.5km

 

포천시 가산면과 내촌면의 경계를 이루는 큰 넉고개는 고도가 별로 없는 낮은 언덕에 불과하다. 십여 년 전만해도 조용하던 마을이 개발의 붐을 타고 가내공장과 4차선도로 공사로 황량한 벌판위에 마루금도 실종되고 만다. 건너편의 산줄기를 겨냥하여 숨바꼭질하듯 시설물을 피하여 산등성이에 오르면 당산나무가 있는 작은 넉고개에 이른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고 257봉을 지나며 서서히 고도가 높아진다.

 

오른쪽으로 금현소류지와 고모지가 내려다보이고 왼쪽으로 47번국도와 건너편으로 천마지맥이 사이좋게 남진을 한다. 한 줄금 땀을 흘리고 나면 포천시 내촌면과 가산면 소홀읍(송우리)이 경계를 이루는 530봉에 오른다. 듬성듬성 바위들이 있는 571봉을 넘어 가파르게 내려서면 좌측에 송전철탑이 나오고 잠시 후 안부에 광릉시험림 전 지역 입산통제 표지판이 있다. 상당히 가파른 오름길의 좌측에는 질서정연하게 자라고 있는 잣나무 수림이 울창하고 우측으로는 수백 년 된 소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소 삼각점이 있는 600.6봉을 지나 솔밭 사이로 살짝 내려섰다 헬기장을 거슬러 오른다.

 

오늘의 구간 중에 가장 높은 죽엽산(622m). 햇볕도 스며들지 못하는 잣나무 숲이 울창한 정수리에는 나무 판때기의 표지판이 덩그러니 걸려있다. 이곳에서 남쪽으로 운악산(235m)과 용암산(476m)이 있는 직동리 일대 총 1,118ha의 면적을 국립수목원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수목원내에는 목본식물이 1,863종류, 초본식물이 1,481종류로 모두 3,344종류의 식물이 심겨져 보존되고, 수목의 특징이나 용도, 기능에 따라 침엽수원, 활엽수원, 관목원, 외국수목원, 고산식물원, 만목원, 관상수원, 화목원, 습지식물원, 수생식물원, 약용식물원, 식용식물원, 지피식물원, 시각장애인을 위한 식물원, 난대수목원(온실)등 15개의 전문수목원으로 나누어 조성되어 있다.

 

그리고 수목원의 중앙에는 우리나라의 산림과 임업의 역사와 현황, 미래를 설명하는 각종 전시품과 자료가 전시되어 있는 연면적 4,628㎡ 규모의 산림박물관이 자리하고 있으며, 바로 인접하여서, 연면적 3,967㎡ 규모의 산림생물표본관이 전용표본관으로써는 국내 최초로 2003년 11월에 완공되어, 식물의 석엽건조표본을 비롯하여 곤충, 버섯, 산림동물 등의 표본을 소장하고 계통분류에 관한 자체연구는 물론 관련분야 연구에 필요한 기본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이곳에는 조선 제7대 임금인 세조와 정희왕후(貞熹王后) 윤씨의 능이 있어 광릉이라 부르기도 한다. 포천시 내촌면과 소흘읍 경계능선을 타고 운악산 방향(남)으로 조금 가다 노송의 그늘아래 가파른 길을 내려선다. 임도를 가로질러 우측 산길을 지나 묘지 위를 통과하여 숲속을 빠져 나오면 비득재(210m)이다. 383번 지방도인 비득재는 광릉내의 수목원에서 송우리로 넘어가는 고개로, 고모리의 라이브 카페가 성시를 이룬다. 서쪽 절 개지를 치고 오르면 고압전신주가 있고 170m의 고도를 극복해야하는 경사진 비알 길을 15분간 오르면 노고산(380m) 정상에 도착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황사)으로 가시거리가 수km에도 미치지 못하는 고통 받는 날이었으나, 반경 백리까지도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화창한 날씨에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오니 양지바른 언덕에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뒤로 보이는 죽엽산(622m)이 포근히 다가온다. 시원하게 펼쳐지는 조망 속으로 수락산과 도봉산의 자태가 선명하며, 오늘 걸어야 할 능선들이 잔잔한 물결로 파도를 친다. 396년 고구려의 광개토대왕이 남하정책으로 영토를 확장하며 쌓은 성으로 알려진 고모리 산성은 간곳이 없고, 이동통신 시설물이 정수리에 자리 잡고 있다.

 

앞으로 지나야 할 구간은 마루금의 훼손이 심한 곳으로 공동묘지, 군부대, 도로, 골프장이 산줄기를 가로 막는다. 마을의 뒷길을 통과해야 하는 산마루는 자칫 방심하다가는 정맥에서 이탈하기 쉬운 곳이다. 정상에서 3분정도 진행하면 좌측으로 급경사 내리막길이 이어지고, 마을 뒤편의 능선을 따르면 작은 고개를 지나 공동묘지를 만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좋아 서남쪽으로 물푸레봉과 소리봉(536m)이 야호 소리에 화답이라도 하듯 선명하고, 지나온 노고산(380m) 정상의 뒤편으로 마루 금에 죽엽산(622m)이 정겹다. 

 

공동묘지가 끝나는 지점에 군부대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어 좌측으로 따라가면 후문이 나오고, 이 낙석의 묘를 지나 철조망을 버리고 솔 푸더기 무성한 좌측으로 들어서면, 축석고개에서 광능내로 가는 314번 지방도로를 건너는 다름 고개를 만난다. 길 건너“소나무전문 판매전시장〞의 소나무 정원수가 가득한 쉼터에서 진행코스를 살펴보면, 집 뒤로 올라서야 하지만, 철조망과 맹견들의 사나운 울음소리에 지레 겁을 먹고, 마을 안으로 들어가 능선으로 올라서면 낮 익은 표지가 나타난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임도를 따라가다 작은 고개에 이른다. 의정부시와 포천시를 가르는 경계선으로 한북정맥은 우측의 좁은 길로 방향을 잡고, 좌측의 넓은 농로는 수락지맥의 들머리가 된다. 수락지맥은 남동쪽으로 용암산(475.4m), 수락산(640.6m), 불암산(508m)을 지나 망우리고개, 아차산(316m)으로 이어지는 43.8km의 산줄기를 일컫는다.

 

90도 우측으로 들어서면 또다시 군부대 철조망이 나타나고 별생각 없이 진행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발밑에서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리며 털 복숭이 삽살개가 달려든다. 앙칼지게 대거리하는 모습이 잘 훈련된 맹견으로 작은 몸집이지만 상대방을 얕잡아보고 덤비는 데는 속수무책이다. 뒷걸음질을 치며 부대안의 병사에게 구원을 요청하지만 못 본 척 돌아서는 모습이 야속하기만 하다. 意氣揚揚(의기양양)한 삽살개는 끝까지 따라오며 울부짖고, 魂飛魄散(혼비백산)하여 뒷걸음질을 치다 가시덤불 속으로 밀려, 능선을 하나를 넘고 서야 되돌아가는 삽살개의 뒤를 바라보며 허탈한 마음으로 맥이 빠진다.

 

30여분을 허비하며 가시넝쿨 우거진 산 비알을 가로질러 산마루에 올라서니, 낮 익은 표지기가 바람에 나부낀다. 생각지도 못한 봉변으로 종주의 사명감도 망각한 채 意氣銷沈(의기소침)해서 통행이 빈번한 도로(민락동으로 가는 4차선)의 절개지를 가로질러 건너편 마루 금으로 올라서면 축석령에 이른다. 의정부에서 포천을 오가는 43번 국도는 많은 차량들로 홍수를 이루고, 횡단보도를 건너 축석교회 뒤편의 능선으로 오른다. 가파른 고개 길에서 천근만근 무너져 내리는 몸이 힘에 겨워 가쁜 숨소리는 턱밑까지 차오르고 구슬땀 흘리며 발걸음을 이어간다.

 

포천시. 의정부시. 양주시가 경계를 이루는 287봉은 전망이 아주 좋은 곳이다. 이제 광덕산에서부터 오래도록 걸어온 포천 땅과 작별을 한다. 또한 이곳은 왕방지맥의 분기점으로 우측 어야고개 방향으로 능선을 타고 해룡산(660.7m), 왕방산(737.2m), 국사봉(754m), 개미산(453m)을 지나 연천군 청산면 영평천까지 이어지는 37.0km 산줄기이다. 중랑천 상류의 비석거리에서 시작한 천보지맥은 백석이 고개를 따라 이곳에서 왕방지맥과 합류하여, 칠봉산(506m)을 지나 동두천까지 20여 km를 이어간다. 부근의 회암사는 고려 때의 대 사찰로 발굴 작업이 한창이다.

 

15분간의 꿈같은 휴식시간을 보내고 오늘의 산행 중에서 유일한 암릉 길을 내려서면 그윽한 솔향기 속에 백석이 고개에 도착한다. 의정부시 자일동과 양주시 삼승동을 오가는 백석이 고개는 무성한 잡초 속에 허물어진 돌무더기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완만한 능선 길에서 꽃길 따라 달려가면 우측으로 정맥이 갈린다. 로얄 골프장 좌측 그린을 따라 걷는 발걸음은 푹신한 양탄자 위를 스치듯 경쾌하지만, 노는 물이 달라서 인지“소 닭 처다 보듯” 곁눈질한번 주지 않고 그린 위를 달리기에 여념이 없다. 주내 삼거리에서 삼송리로 향하는 지방도로를 만나 건너편 숲길 따라 들어서면 낮 익은 표지기 들이 바람결에 손짓을 한다.

 

지금까지 지나온 길은 낮은 봉우리의 연속으로 그런대로 등산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지만, 이제부터 가야할 길은 산이라는 개념이 실종되고, 해발50-100m의 낮은 구능 지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의 뒷담을 타고 넘는 숲속의 산책길이 이어진다. 개념도를 따라 10여분을 진행하면 삼거리길이 나오고 한양공예, 형제 공업사를 확인하며 제대로 진행하고 있다는 안도감에 휴식도 취할 겸, 시원한 캔 맥주 생각이 간절하여, 구멍가게를 찾아 마을길을 걸어간다. 70년대의 모습을 보는 듯 낡은 건물에 먼지가 켜켜이 쌓여있는 미니슈퍼, 그래도 시원한 맥주의 맛은 변함이 없어, 툇마루에 걸터앉아 김밥을 안주삼아 점심을 해결하고, 한양공예사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와 숲속으로 들어선다.

 

이곳에서 삼호식품이 있는 막은이 고개까지가 종주 팀들에게는 곤욕을 안겨주는 난코스다. 자칫 상황판단이나 방심을 하다가는 길을 잃고 헤매는 “다람쥐 쳇바퀴 돌리는”구간으로, 끊어질듯 이어지는 미로와 같이 얽혀있는 곳이다. 처음 묘지가 있는 곳에서 좌측으로 진행하다 무성한 숲길을 버리고 곧바로 우측으로 방향을 틀면 마을로 내려서는 것 같지만, 능선자체가 마을안의 담장으로 5분 동안 사이길 을 타고나면 혜인사 입구가 나오고, 너른 마을길을 따라 가면, 예은 교회를 지나 덕현 초등학교가 있는 덕 고개 사거리에 도착하게 된다.

 

농협슈퍼 앞에서 휴식을 하며 곰곰이 생각해도 신기한 것이, 한북정맥의 5구간까지는 높은 산맥의 능선을 따라 진행을 하다 보니 계곡물을 만날 염려가 없었지만, 로얄 골프장에서 덕 고개까지 이어지는 주위로 논밭이 펼쳐지고, 그사이로 도랑물이 흘러가지만, 실낱같은 마루 금을 넘지 못하고 길을 틔워 주고 있으니, 정맥의 진정한 의미가 여기에 있으며, 종주를 고집하는 산 꾼들에게 큰 보람을 안겨주는 곳이다.

 

신작로를 따라 서쪽으로 마을길을 벗어나자, 길섶에 낮 익은 리본이 반색을 한다. 동구 밖 능선에 올라서면 덕정리에서 의정부 외곽으로 연결되는 우회도로공사가 한창이라 수 십 길의 절개지가 앞을 가로막고, 건너편의 능선과는 영영 단절 되고 만다. 장애물을 비껴가는 농로에서 개울을 건너는 수난을 당하고, 소나무 숲길로 찾아들면 삼호식품이 있는 막은이 고개로 올라선다.

 

천보산맥에서 북쪽으로 달려오던 정맥은 막은이 고개를 지나며, 남서쪽으로 기수를 돌려 평탄한 길을 유지한다. 군부대의 삼중철조망 앞에서 우측으로 육중한 성벽을 따라 한없이 오르면 지도상에도 없는 큰 테미산(219m) 정상에 올라선다. 널찍한 헬기장에는 간단한 운동시설도 갖추어있고 주위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지금까지 걸어온 정맥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서쪽으로 오늘의 종점인 샘내 고개가 3번 국도를 가로 지르고 그 너머 불곡산이 고운자태로 손짓을 한다. 빽빽한 소나무 숲을 뚫고 서북쪽의 등산로를 따라 내려서면 양지바른 산기슭의 아담한 묏등에 피어나는 자주색 제비꽃 한 송이, 앙증맞은 모습에 눈길이 머물고, 사랑의 천사 큐피드가 쏜 화살이 아니라도 겸손한 마음으로 살아가라는 너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본다.

 

숲을 빠져나오면 너른 벌판위에 덩그러니 자리 잡고 있는 한승 아파트가 내려다보이고 아파트 경내를 통과하여 비상 쪽문의 좌측으로 내려서면 경원선 철도를 건너는 간이 횡단보도가 나오고, 가내공장의 좁은 길을 따라 진행하면 샘내 고개(G.S 칼텍스 주유소)에 도착하며 5구간의 종주도 마감을 한다.

 

                  제 6구간 샘내 고개 - 울대고개 / 18.5km

3번 국도가 지나는 샘내 고개는 양주시 산북동과 덕계동을 이어주는 4차선으로 주유소 건너편의 버스 정류소 뒤편으로 들어서며 산행이 시작이 된다. 완만한 능선사이로 오솔길이 이어지고 붉게 물든 아침노을이 저녁 비를 예고한다. 하지만 시원하게 불어오는 산들바람을 맞으며 경쾌한 리듬으로 30여 분 진행하면 가파른 비알 길에 로프도 매여 있고, 잠시 땀을 흘린 뒤 330봉에 올라선다. 군작전도로가 능선을 따라 남북으로 길게 이어지고, 북쪽으로 유순한 도락산(440m)이 자리 잡고 있지만, 남쪽으로 마루 금을 따라 진행하면 산불 감시초소가 나타나고, 정면으로 임꺽정 봉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군 유격장이 시작되는 곳에 산허리를 깎아 내리며 사찰(정불사)을 짓는 대공사가 한창이다. 정맥의 마루 금이 잘려 나아가는 현장에서 씁쓸한 마음으로 능선을 따라 조금 내려가면 창업굴 고개가 나타난다. 이번에는 유격장의 철조망이 마루 금을 가로막고 부흥사로 돌아가라는 경고문에 가슴이 답답하다. 일요일 아침이라 텅 빈 유격장에는 공허로운 바람만 불어오고 철조망에는 친절하게도 정맥 팀의 리본이 살랑살랑 손짓을 한다. 유심히 살펴보아도 인기척이 없어 서슴없이 철조망을 넘어 숨 가쁘게 경사면을 치고 오르며 한바탕 유격훈련으로 비지땀을 흘린다.

 

전망 좋은 암 봉에 올라서니 더욱 가까워진 임꺽정 봉이 손짓을 하고 민간인 접근금지 경고판으로 가려진 철조망의 개구멍을 비집고, 유격장을 벗어나면, 부흥사에서 올라오는 등산로와 마주치게 되는데 2km이상 단축이 된 셈이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암릉을 올라서면 임꺽정 봉 바로 밑이다. 정맥이 우측으로 방향을 틀지만 스릴 있는 임꺽정봉(445m)을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수직절벽에는 동아줄이 걸려있다. 10여m의 암벽에는 반들반들 윤기가 흐르고 정상에 올라서면 시원하게 터지는 조망으로 가슴속이 후련하다. 운치 있는 노송의 그늘에는 벤치까지 놓여있다.

 

양주 벌을 살찌우는 너른 들판과 정맥의 마루 금이 파노라마를 이루고, 건너다보이는 불곡산(470m)의 기암절벽이 아름다운 산수화를 그려낸다. 또한 남쪽으로 도봉산(716m)과 수락산(637m)이 날개를 활짝 펼친 보금자리에는 의정부가 포근히 안겨있고, 신시가지에는 아파트가 숲을 이룬다. 또한 불곡산 남쪽의 양지바른 산기슭에는 양주시청이 터를 잡고, 무형문화재인 양주 별산대놀이의 전통을 이어가는 전용 공연장에서 후예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주능선 삼거리로 되돌아 내려온 뒤 서쪽으로 내려서면 30 여m 쯤 되는 암벽이 기다리고 있다. 로프에 생명을 걸고 통과하는 이곳이 오늘의 구간에서 가장 위험한 곳으로 임꺽정 봉의 진수를 만끽하게 된다. 아슬아슬한 암릉 구간을 지나 숲속으로 들어서면 ← 대교아파트 1.1km , ↓ 임꺽정봉 0.7km 이정표가 있는 안부에 이른다. 이곳에서 마루금은 270봉으로 이어지지만 군부대의 철조망이 가로막아 좌측의 계곡을 끼고 내려서게 된다.10여분 후 공동묘지를 돌아 간이매점이 있는 과수원을 지나면 대교 아파트가 있는 98번 국도에 도착하고 왼쪽으로 100여 m 떨어진 곳에 오산삼거리가 있다.

 

주내읍과 백석읍의 분기점이 되는 갈림길에서 금강석재 맞은편의 도로를 건너 동쪽의 마을을 지나 숲속으로 들어서면, 낮 익은 리본들이 반겨준다. 곧이어 이름도 축성연대도 모르지만 아담한 산성(218m)이 송림 속에 자리 잡고 있다. 한양으로 통하는 길목으로 보아 아마도 양주거사 임꺽정의 본거지가 아닐 런지? 부지런한 사람들의 손놀림으로 두릅나무의 새순이 잘려나가고 가시넝쿨 헤치며 앞길을 재촉하면 의정부 녹양동에서 가업리로 넘어가는 작 고개(일명 어둔리 고개)에 이른다.

 

군부대의 삽살개에게 혼이 난 후로 앙칼지게 짖어대는 개들만 보면 오금이 저려오니 이일을 어찌한다? 길 건너 우측 능선으로 들어서니 이곳으로 표지기 들이 걸려있다. 고압선 철탑이 줄줄이 이어지는 호명산 오름길은 밤나무와 굴참나무들이 무성한 그늘 아래로 호젓한 오솔길이 열린다. 메마른 대지에 새순이 돋아나고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철쭉의 향기 속에, 춘정을 못 이겨 짝짓기에 여념이 없는 노루 한 쌍이 산기슭을 내달리며 희롱을 한다.

 

무성한 숲길을 숨 가쁘게 오르면 복지리에서 호명산으로 오르는 갈림길과 만난다. 잔디가 깔려있는 철탑의 광장은 임꺽정 봉과 함께 최고의 전망대다. 백석면과 광적면의 너른 평야가 한눈에 들어오고, 지나온 능선들이 주마등처럼 펼쳐진다. 막걸리로 갈증을 해소하고 표시 없는 호명산(423m)정상을 지나 발걸음을 재촉하면 삼거리 갈림길이 나온다. 남쪽으로 직진을 하면 공군군부대가 있는 461봉이고, 정맥은 90도 우회전하여 한강봉을 바라보며 진행한다. 원형 헬기장을 지나 땅이 꺼지도록 계곡으로 내려서면 차한대가 지날 수 있는 시멘트 포장도로가 나타난다.

 

건너편 철조망 사이로 낮 익은 표지기 들이 바람에 나부끼고, 가파른 비알 길에서 옷이 흠뻑 젖도록 땀을 흘린 뒤에야 정상에 올라선다. 한강봉(475m)정상은 울창한 숲속의 너른 공터에 정성들여 쌓아올린 아담한 돌탑이 표지 석을 대신하며 문산 470, 1992 재설’삼각점이 있고, 은봉산 쪽에서 올라온 등산객들로 제법 활기가 넘친다. 이곳에서 서쪽으로 분기하는 감악지맥이 은봉산(380m)을 지나 노고산(401.m), 감악산(674.9m), 마차산(588.4m)을 넘어 연천군 전곡읍 한탄강까지 39.6km의 산줄기가 이어진다.

 

굴참나무 사이로 바라보이는 챌 봉은 높기만 한데, 한강봉을 내려딛는 발길이 속절없이 곤두박질치고 숲속에서 방황을 할 때 흔하디흔한 리본도 자취를 감추고, 그동안 잘 참아주던 비까지 조용하던 숲속을 마구 흔들어댄다. 잠시 후 스쳐 지나기 쉬운 꾀꼬리봉(430m)에서 서쪽으로 분기하는 오두지맥이 계명산(621m)을 지나 박달산(369m), 월롱산(229m), 기간봉(245m), 통일전망대의 오두산(119m)까지 40km가 이어진다.

 

오두지맥의 분기점인 꾀꼬리봉에서 양주시의 백석읍과 장흥면의 경계를 따라 15분간 진행을 하면 첼봉(521m)의 정수리에 오른다. 시원하게 터지는 공터에는 산불감시 카메라와 헬기장이 자리 잡고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에도 사패산과 도봉산의 불꽃같은 봉우리들이 추파를 던지며, 저 멀리 북한산의 백운대와 인수봉이 물결치듯 흘러가는 산군들 사이로 의정부 시내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음산한 기운 속에 물에 빠진 생쥐가 되어 초라한 몰골로 토치카 속으로 피신을 하면, 켜켜이 쌓인 먼지와 거미줄로 음산한 기운이 감돌지만, 아방궁보다도 아늑한 휴식공간에서 민생고를 해결하고 피어오르는 운무 속을 하염없이 걸어간다. 인생의 가는 길에 어찌 순탄한 길만이 이어지겠는가? 오르막과 내리막 깎아지른 벼랑길을 피해가면 너른 초원이 나타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인데, 어려운 고비마다 미리부터 겁을 먹고 의기소침 하는 것은 금물이니 새로운 세상으로 도전하는 것이 삶의 보람이 아니겠는가?

 

425봉을 지나 우측으로 진행하면 군인들이 야영지로 사용했음직한 흔적들이 보이고 숲속에 만들어 놓은 정교한 조각품들을 바라보며 이색적인 광경에 어리둥절 한다. 너른 분지위에 감시카메라까지 설치된 양주항공 무선 표시국의 건물이 마루 금을 가로막고, 철조망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선다. 어느 신문에서 본 기억으로는 바다를 밝히는 등대가 있다면 하늘에는 비행기가 다니는 항로가 있고 안전하게 통제를 하는 무선국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9개의 무선국이 있다고 하니 이곳도 그중의 하나로 생각이 된다.

 

호젓한 산길로 접어들어 어려움 없이 산 하나를 넘어서면 공동묘지가 나타난다. 죽은 자의 신분에도 차이가 있는가? 금잔디에 망부석까지 화려하게 치장된 묘소가 있는가하면, 돌아보는 자손 없이 제전까지 허물어진 버림받은 망자들이 편안히 눈을 감지 못하고 구천을 떠돌고 있지 않나 걱정이 된다. 경적소리도 요란한 울대고개를 넘는 차량들의 행렬을 바라보며 빗속에서도 완주했다는 자신감에 오늘의 구간도 마감을 한다.

출처 : 풍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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